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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는 좋아하지 않는다. 진은 언제나 비밀을 파헤치는 삶을 살았다. 지겹도록 조직에 쥐새끼처럼 숨어드는 노크들을 처리하는 것은 그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취미였지만, 단 한 번도 그 일을 마다한 적은 없다. 그게 자신의 본분이고, 또한 사명이며, 마땅히 해내야할 임무와 같았다.
그에게 노크들이란, 조직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과 같았다. 빛과 어둠이 서로를 양면으로 소유하는 것처럼,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정의를 실현하겠답시고 조직을 이용하려 드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가 몸담고 있는 이 곳의 주인이 어떤 것을 그리는지 감히 그 발끝도 닿지 못할 것들은, 주제도 모르고 끊임없이 스스로의 목숨을 걸었다.
그리고 베르무트는, 이 시궁창과 같은 곳에서 늘 먼곳을 보고 있었다. 마치 저 아득히 높은 곳 위의 빛을 그리는 듯한 표정으로, 때로 그녀는 눈을 감고 낮은 목소리로 흥얼거렸다. 알 수 없는 그 멜로디는 때로 귓가에 남아서, 기분이 더럽히곤 했다. 누구보다 높은 분의 어울리지 않는 총애마저도 그녀가 이 곳을 사랑하게 만들진 못했다.
사랑? 진은 어색하게까지 느껴지는 그 단어를 조금 입안에서 굴려보았다. 입에 마분지를 씹어넣는 까끌한 감각에 혀를 입안에서 움직여 다시 발음을 흉내내본다. 사랑. 그가 살아온 짧지 않은 생에, 단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는 단어다. 그럼에도 낯설지 않은 것은, 그의 옆에서 종종 잠들던 여자가 눈을 감고 웃으면서 부르던 허밍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탐스럽게 흘러내리는 백금발과, 푸르게 빛나는 청록의 눈동자, 한 손에 쥐어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은 가녀린 목, 수많은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곡선 아래에 가느다란 허리부터 발목까지 이어지는 화려하기까지 한 부드러운 선. 신의 사랑을 받아 만들어낸 판도라라는 여인처럼, 누구라도 한 번 눈이 마주치면 그녀가 원하는 것을 발아래 바치고 싶도록 만드는 존재였다.
오히려 그렇기에, 베르무트는 진을 원했다. 모두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바치고 싶어했기에, 무엇도 주고 싶어하지 않는 진을 택했다.
‘너는 무엇도 내게 주려하지 않으니까.’
묻지도 않은 질문에-내가 왜 너랑 자는지 알아?- 자문자답 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을 터뜨리는 여자의 목소리는 어둑하고 습한 곳에 어울리지 않도록 명랑했다. 진은 그녀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베고 누워 일부러 들어올려 떨어뜨리는 장난를 치도록 내버려두며 눈을 감고 그 목소리를 들었다.
들리지 않는 척 눈을 감으면, 여자는 종종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곤 했다.
“날 죽이고 싶어?”
“대답해봐. 원한다면 가르쳐줄게. 네가 언제 날 죽일 수 있는지.”
“당신은 날 죽일 자격이 있는 남자야.”
“당신 손이 아니면 죽기 싫을지도 몰라.”
같은 것들.
진에게 있어 여자란 생물은, 하룻밤 그 몸을 덥혀주면 쓸데없는 것까지 가르쳐주며 귀찮게 구는 것들이었다. 고작 몸 한 번 섞은 것으로, 그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굴고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드러내려 안달내는 단순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이 여자만은 다르다. 아무리 몸을 섞고 진의 옆에서 끊임없이 말을 걸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교묘히 가려져있는지도 모를 여자의 진실을 파헤치기엔, 진은 보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진 않았다.
중요한 건 가장 높은 분, 그 분의 뜻대로 세계가 움직이는 것.
그 외의 모든 것은 한낱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 진은 베르무트의 진실에 다가가고 싶은 자신을 알았다. 판도라가 결국 신이 내린 상자를 열었던 것처럼, 호기심이 자신을 죽일 것을 알면서도 뒤를 돌아본 롯의 아내처럼, 약속을 어기고 남편의 얼굴을 확인하려 한 프시케처럼 베르무트를 열려할 자신을 알았다.
베르무트, 너는 내가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아서 날 곁에 둔다고 말하지. 틀렸어.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거다. 네가 자신을 포상으로 내건 이 사냥에서, 나는 스스로 덫에 걸릴 너를 잡아 신에게 바칠 것이다.
높디 높은 곳으로 날아가라, 이카로스여. 빛에 가까이 다가가 스스로를 태워라, 그리하여 네가 지상에 떨어지면 나는 그 시신을 신께 가장 고귀한 제물로 바칠테니.'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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