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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히로아카] 삼각형의 저주
    단편 2020. 12. 29. 23:58

    *원작과 전혀 상관없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된 위스키트리오입니다.

    *검은 조직이 없는 세계, 가족들 및 동기조 모두 잘 살고 있어요 :)

    *매우 가벼운 코미디에요 ! 무엇이든 수용가능하신 분만.





    평범한 29세 모로후시 히로미츠. 수염이 멋있는 공립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다. 몸 쓰는 건 다 잘하고, 어른들한테 싹싹하고, 심지어 요리도 잘 한다. 끊임없이 선 자리가 들어오는 와중에 결혼을 못 한 것이 주위에서 의아해할 정도다. 아, 그 모로후시씨? 잘 생겼죠. 근데 왜 솔로냐고요? 글쎄요. 뭔가 이유가 있겠죠?

    히로미츠는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가노에 있는 부모님과 형님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신년에는 우리 막내가 짝을 데려오면 좋겠네~ 응 여보 그렇네~ 맞아요 어머니 아버지~ 아기상어 음에 맞춰서 노래처럼 말하는 가족들 앞에서 지난 추석(お盆) 히로미츠는 끽 소리도 내지 못했다.

    왜죠. 형님도 결혼하지 못했-까지 말하고 항변하는 소리는 그 사랑하는 형의 손바닥에 막혔다. 사랑하는 형님은 동생이 끝까지 말하는 것을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니, 형은 내일모레면 마흔인데! 어쨌든 이 집안에서 히로미츠는 최약자였다. 모두 이 집의 막내를 사랑하기는 했지만, 그게 모든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사실 히로미츠도 연애가 하고 싶었다. 친구들 모두 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다테는 이미 결혼해서 딸이 있었다. 부인을 닮은 아주 예쁜 공주님이었고, 사범대에서 비록 과는 달랐지만 교양으로 친해진 5인조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했다.

    내가 잘못된 것인가? 히로미츠는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낭만을 쫓는 건 알았다. 그는 선을 보는 자리가 불편했다. 집안과 재산을 확인하고 가정계획을 세우고 서로의 가치관을 검증해야 하는 숨 막히는 자리에서 그는 늘 땀만 뻘뻘 흘렸다. 설상가상으로 여성들은 그의 일본인의 평균을 훨씬 웃도는 체격을 부담스러워했다. 학교에선 나름 인기 많은데요...! 물론 남학생들한테만이지만...!

    그리고 수염. 남자다워 보이고 싶어서 사범대 졸업때부터 기른 수염도 한몫했다. 왜? 다테도 기르는데 다들 터프하다고 좋아했잖아! (물론 공주님이 좋아하지 않아서 조만간 깍아버릴 거라는 폭탄을 던지긴 했다.) 그 말에 하기와라는 한 손으로 입을 조신하게 가리면서 너구리처럼 웃었다. 글쎄다. 기르고 싶으면 길러야지.

    어쨌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면, 이 잘생기고 안정적인 직업에 수염과 체격이 부담스럽지만 요리까지 잘하는 가정적인 모로후시 히로미츠(29)씨는 최근 골때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히로군. 저녁에 디저트 카페에 같이 가주지 않겠나? 내 얼굴이 이래선지, 다들 날 피한다네..."

    "하하하, 어뭬뤼칸 조크입니까? 히로는 저랑 저녁 식사 후 드라이브를 할 예정입니다만?"



    둘 다 내 어깨를 한쪽씩 누르는 거 이제 그만했으면. 히로미츠는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꼴 보기 싫었다. 진짜 꼴도 보기 싫었다.



    "드라이브? 설마 운전을 자네가 할 생각인가?"

    "당연한 거 아닙니까. 불만있어요?"

    "있네. 자네의 그 광란의 질주때문에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히로군이 체육 시간에 농구 하는 걸 못 보게 되면 곤란하네."

    "그 연쇄 디저트 살인마같은 얼굴이나 치워요, 아카이 선생님."



    그래도 오늘은 오래 버텼다. 후루야의 입이 거칠어지자 히로미츠는 다크써클이 생긴 퀭한 얼굴을 들어 올렸다. 둘 사이에서 스프링처럼 솟아나 커튼처럼 둘을 자신의 앞에서 치웠다. 그제야 히로미츠의 야차같은 표정을 본 두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



    "난 디저트 카페에도 안 갈 거고, 드라이브도 안 가요. 가려면 니들끼리, 같이, 가세요."




    히로미츠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하고 직각으로 교감 선생님께 인사하고 교무실을 튀어 나갔다. 100m에 13초인 달리기를 여기서 써먹고 싶진 않았지만. 어쩌랴. 저 둘, 정체가 뭔지 저번처럼 적당히 달렸다간 풀코스로 함께해야한다. 평범한 수학 선생님과 평범한 원어민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역시 신님은 날 미워하시나 봐! 부활동을 하던 축구부 아이들이 히로미츠에게 인사했다. 선생님! 오늘도 쫓기시네요! 뭐가 그리 웃기는지 연습시합까지 멈추고 구경이다. 히로미츠는 말리지도 않는 구경꾼들을 무시하며 뛰고 또 뛰었다. 꽤 떨어진 공원까지 왔으니 괜찮겠지?

    한참 달려선지 배가 고팠다. 적당히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도 들릴지, 아무 재료라도 사서 집에 들어갈지 고민하는데 하얀 스포츠카가 옆에 섰다. 이런 제에엔자아아앙!!



    "히로. 나폴리탄 해주라. 셀러리 넣어서. 내가 재료 살게."

    "나는 뭐든 좋네. 히로군의 음식은 다 맛있어."

    "아카이 선생님 숟가락 얹지 마시죠. 지가 무슨 첩보원인가, 남의 차 여는 순간에 들어오고!"

    "학교가 아니라고 너무 막말하는군. 그런 남자는 인기 없다네, 후루야군."



    히로미츠는 귀를 막았다. 이건 악몽이다. 이게 악몽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지옥이지? 왜 수염까지 난 180 넘은 장정한테 매달리는 건지, 알고 싶지도 않다.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하겠지, 하지만 히로미츠의 취향이 다양한 건 아니다. 그는 평범하고 싶었다. 그게 뭔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 배우보다 잘 생긴 남자들에게 쫓기는 건 절대 평범한 일이 아니다.

    차마 소꿉친구가 교통법 위반으로 잡혀가는 건 보고 싶지 않아 히로미츠는 차에 올라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둘은 서로 그의 옆에 타려고 했지만 그랬다간 가만 두지 않겠다는 살기 어린 눈빛에 조용히 운전석과 보조석에 앉아있었다.

    차라리 둘이 사귀면 좋을 것을. 히로미츠는 엄지손톱을 물어 뜯었다. 어쨌든 앞자리의 두 사람이 고요 속에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물어뜯든 말든, 물리적 평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의 눈치를 보는 두 사람은 그런 낌새는 기가 막히게 알았기에, 히로미츠의 집으로 가는 동안은 얌전했다.









    이 세 사람이 이런 지옥의 삼각관계를 시작하게 된 것은 수학여행에서 선생님들의 뒤풀이가 원인이었다. 2박 3일의 교토 수학여행의 마지막 밤이었다. 이 날만큼은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풀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사고란 언제나 방심할 때 터지기 마련이다.

    히로미츠는 마지막날 아침 숙취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쳤다.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면서도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체육인의 몸이 강제로 눈을 떴다.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끔뻑이며 하품을 하려는데 침이 삼켜지지도 않을 정도로 목이 아팠다. 감기인가. 20살 이후로는 걸린 적 없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는데 등부터 꼬리뼈까지 고통이 작렬했다.

    차마 비명도 못 지르고 괴로워하는데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쥐가 났나. 쥐가 난 거겠지.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리는 히로미츠의 눈에 양팔을 한짝씩 잡고 있는 고릴라 두 명이 보였다. 거기에 벌거벗고 있는 자신도. 아니 세 명이 누드였다. 그는 이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고주망태가 되어 깨어난 다음날, 방에 실 한 오라기 없는 180 넘는 남자가 셋. 그중 하나가 왜 자신인지 생각하는 것을 멈춰야했다. 이건 판도라의 상자다. 비밀은 비밀일 때 아름다운 법 아니겠는가. 세상에야 비밀을 파헤치는 걸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예컨대 탐정같은- 어쨌든 그게 히로미츠는 아니다.

    인간은 어째서 잊고 싶은 기억일수록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 생각을 멈추려 하면 왜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히로미츠는 입술을 깨물고 차오르는 눈물을 삼켰다. 잊을 수 있을 리가! 한명이면 차라리 낫지, 왜 둘이야! 아니, 나은 것도 아니다. 어쨌든 깔리지라도 말든가! 이렇게 훌륭한 물건을 달았는데 써보지도 못 했다!

    그리고 뭐, 그 이후는 뻔했다. 각자 책임지겠다면서 덤벼드는 걸 한달째 피하는 중이다. 3p 하는 자신을 상상해본 적 없는 건 아니지만, 여자가 두 명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최소한, 깔리는 건 정말로 아니었다.









    히로미츠는 그 끔찍한 아침을 떠올리면서 나폴리탄을 만들었다. 셀러리를 팍팍 넣어서. 오늘만은 확실히 하고 싶었다. 더 이상 교무실의 구경거리도, 학교에서 명물이 되는 것도 사양이다. 속에 뭐라도 집어넣고 나면 어떻게 이 둘을 정리할지 머리가 좀 굴러갈 것 같았다.

    셋은 합장 후 식사를 시작했다. 1LDK*의 집이라 식탁이 좁아 거실에 앉아 먹는데도 별 불만은 없었다. 히로미츠를 가운데에 두고 이어진 식사는 학교 이야기나 학생들의 이야기로 평범한 금요일 저녁 시간이었다. 그 일이 터지기 전까진 셋은 나름 좋은 동료였다. 여교사들이 많은 고등학교에서 젊은 남교사 셋이란 어쨌든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일이다.

    (*1LDK : 일본의 한 주거형태. 1개의 침실과 분리된 거실, 다이닝, 부엌으로 된 구성)


    "애들이 네 수업 재밌다고 그러더라, 제로. 근데 네 얼굴이 더 재밌대."

    "재밌는데 그렇게 잠을 자? 넌 애들이 하는 말 너무 믿지 마. 그 놈들 다 사기꾼들이야."

    "크크. 나도 제로가 수학 선생님이었으면 수학 잘 했을까?"

    "내 얼굴은 별로 재미있지 않나 보군..."

    "우와아, 그거 진짜 재미없는 말이네요. 아카이 쌤은 라인에 팬클럽 있다면서요."

    "슈 쌤이라고 불러주게."

    "아니, 그건, 푸핫, 쌤 진짜 진지한 얼굴로 웃기지 말아요."



    셋은 저녁식사 후 가위바위보로 설거지 당번을 정했다. 후루야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카이가 밖에서 술-와인, 보드카, 맥주-을 사 왔다. 히로미츠는 각자 취향에 맞는 안주를 세팅했다. 습관이란 게 무섭다. 분명 오늘은 제대로 얘기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금요일의 루틴대로 그는 휩쓸려가고 있었다.



    "요새 애들 신기해. 저번에 어떤 남자애가 나한테 농구부 애 번호 가르쳐달라는 거 있지? 자기가 물어보면 될 걸, 특이하다니까."

    "네 번호가 아니라 다행인 거 아냐?"

    "히로군. 나는 자네 번호가 좋아."

    "쌤 취하신 거 아니에요?"

    "아니? 난 자네 거라면 다 좋아. 번호도 좋고, 이름도 좋네. 귀여운 이름이야. 자네 눈도 귀엽네. 고양이 같고. 수염도 귀여워."



    그러면서 아카이는 히로미츠의 얼굴을 붙잡고 턱에 입술을 비볐다. 히로미츠는 간지러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그의 귀까지 뽀뽀하려는 아카이의 이마를 후루야가 붙잡았다.



    "네, 네, 그만그만! 히로. 난 너뿐이야. 너도 알지? 난 어릴 때부터 너랑 함께였잖아. 우리 결혼도 약속했었잖아. -언제적 이야기냐며 히로미츠가 닭살돋아했다.- 나랑 결혼하면, 내가 진짜 잘해줄게. 밥도 내가 다하고 돈도 벌게."

    "난 집에만 있어 줘도 되네. 그리고 미국에 가면 진짜 결혼 할 수 있어."

    "나 모로후시 레이가 될게. 집에 아들 셋은 어떠냐고 여쭤봐 줘. 아니다. 지금 전화해야겠어."



    모로후시 레이라니, 며느리라도 되겠다는 거야? 그 말에 후루야는 진지한 표정으로 지금의 기술이라면 조만간 남자도 임신 가능할 것이다, 대를 잇는 것은 맡겨달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이에 질세라 아카이도 그런 기술이라면 일본이 아닌 미국이 먼저라며 미국으로 가자고 히로미츠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넌 영국인이잖아! 후루야의 고함을 히로미츠가 손으로 막았다. 셋 다 술이 꽤 들어가 서로 낄낄 거리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둘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도 같은데 잘 들리지 않았다. 웅얼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어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벗었다. 살 것 같았다. 너무 더웠다.

    너 그렇게 휩쓸리는 대로 살다간 크게 당할걸.

    왜 갑자기 하기와라의 말이 떠오른 건진 히로미츠도 알 길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데자뷔인가. 히로미츠는 숙취로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장정 셋이 눕기에 너무나도 좁은 슈퍼싱글 침대에서 일어났다. 웃음도 안 난다. 또 사고라니. 아니 한 번이면 사고지, 이건 사고도 아니다.



    "이 미친 주정뱅이들아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네가 먼저 옷 벗었, 까지 말하는 후루야의 입에 셔츠를 쑤셔넣었다. 자네가 하자는데 동의, 까지 말하는 아카이에게 주먹을 들어 올려 보였다. 옷을 제대로 다 입지도 못한 둘을 내쫓고 세면대에 선 자신의 전신은 물리고 뜯겨 가관이었다.

    부모님, 형님, 저 정말 결혼할 수 있을까요.

    히로미츠는 나가노 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아, 그 모로후시씨? 잘생겼죠. 직장 안정적이죠. 가정적이고요. 덩치가 좀 크고 수염이 있긴 하지만요. 근데 왜 결혼을 못했냐구요? 글쎄요. 이미 애인이 두 명이라 그렇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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