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라이스카] 파랑새를 기다리며
    검은조직au 2020. 12. 29. 23:21

    *전편 : https://rsbwith.tistory.com/m/3 (그는 이것을 --이라 부르기로 했다)

    *설정을 공유하므로 참고해주세요.

    *스카치가 말하는 '그 애'는 세라입니다.








    테이블 앞에 세 사람이 앉아있다. 그들 중 먼저 테이블 위의 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누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스카치는 기차 때문인지 열때문인지 빈 속이 울렁거려 눈을 감았다. 눈앞의 자리에 앉아있는 둘. 

    한명은 조직의 정보상으로 자리 잡아 가는 자신의 친우이고, 한명은 유능한 스나이퍼지만 스카치와 둘만 있을 때는 살인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라고 보기 힘든 느긋함이 있었다.

    셋 중 둘은 임무를 마친 후 돌아가는 길이었고, 한 명은 우연히 만나 목적지의 기차역까지만 함께하기로 했다. 

    그리고 스카치는, 기차에 올라탄 이후부터 차가운 물 속에 머리끝까지 잠긴 기분이었다. 오르기 전 미약했던 열은 어느새 두통을 동반해 스카치는 추위를 느꼈다.

    나는 누구지. 스카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애매한 위치, 애매한 능력, 애매한 인상. 반년 전부터 조직은 자신을 중장거리 스나이퍼로 점찍은 듯했다. 

    방금 전 마친 임무가 머리 속에서 진득하게 눌러붙었다. 미지근한 피가 쇠냄새를 풍기며 몸에 들러붙는 것 같은 기분은 언제고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스나이퍼였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코드네임을 얻기 위해서 스카치는 조직이 시키는 일을 닥치는대로 해왔다. 그는 일본에 이렇게 큰 뒷조직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이 조직을 돕는 수많은 조직원들이 이 땅에 사는 것에 놀랐다. 

    금방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처음 잠입을 명 받았을 때만 해도 분명 그러했다. 누구도 햇병아리에 성과도 별로 없는 갓 들어온 공안 요원이 코드네임까지 받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일이 뜻대로만 가던가. 교체하려 했던 공안의 선임요원이 죽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렇게 햇병아리 공안은 끝을 알 수 없는, 목숨을 건 외줄 타기를 시작했다. 

    공안이 자신의 친구를 투입했던 걸 알게 된 때는 어땠더라. 잘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누구보다 뛰어난 녀석이었으니까. 어디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엘리트 코스라도 밟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새로운 코드네임을 받은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러 버본이 접촉하기 전까지 그리 생각했다. 그때만큼 버본의 비밀주의에 감사한 적이 또 있었을까. 순진했다. 어쩌면 공안은 허튼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후루야와 모로후시에게 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스카치는 지쳐있었다. 범죄를 막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모순들에 끝없는 합리화가 언제나 설득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구역질이 났다. 벗어날 수 있을까. 아직도 이 조직의 끝에 끝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오래 머물렀는데 왜,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왔으면 한번은 빙하 속 어둠에 손 끝이라도 닿아야 했다. 스카치는 끝없는 어둠에 초조해져 갔다.


    스카치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체온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차가운 어둠 속에 얼어버린 몸에 피가 흐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창가 쪽으로 턱을 괴면서 손가락으로 입가를 가렸다. 긴장탓인지 손가락이 차가웠다.

    기차는 목적지로 달려 나갔다. 스카치는 이 우연한 만남이, 이 침묵이 되도록 빨리 끝나길 소망했다. 몇개월만에 보는 친우에게 자신의 피로를 보여주기 싫었다. 

    게다가 라이와 함께였다. 살인에 동요하는 모습을 다른 조직원에 보여주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스카치는 후드를 더 깊게 눌러썼다. 

    빛 아래 있기에는, 이미 자신은 너무 많은 피로 얼룩져있었다.


    "스카치. 괜찮습니까? 물이라도 사 올까요."

    "...필요 없어. 신경 꺼."


    어지간히 안색이 안 좋나. 스카치는 후드 아래로 창밖에 두던 시선만 흘끗 옮기며 차갑게 대꾸했다. 

    그나마 저렇게라도 말을 걸어주는 것이 소꿉친구가 아닌 버본으로서의 최선일 것이다. 비밀주의인 그의 성격에 대해 잘 아는 조직원은 드물었다. 고작해야 존댓말과 신경을 긁는 성격이라는 것 정도가 웬만해선 보기 힘들다는 버본의 알려진 정보였다.


    "...너무 그렇게 날 세우지 마시죠. 제 소문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픈 사람을 괴롭힐 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랍니다."


    스카치는 버본의 덧붙이는 말에, 기절할 것 같았다. 친우의 대담함에 이를 악물었다. 스카치는 라이가 조직원치고 살인을 즐기는 타입은 아닌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스카치의 앞이었고, 가끔 다른 스나이퍼들과 조를 짤 때 전해 듣는 라이와 달랐다. 라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스카치는 입을 가린 채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필사적이었다.

    스카치의 맞은 편에 앉은 라이는, 선글라스를 끼고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문고본 소설을 읽고 있었다. 그래도 버본과 라이는 자주 일해봤다고 하던데, 그 탓인지 스카치와 데면데면해야 하는 버본은 얼굴을 굳히면서도 라이의 옆에 앉은 상황이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세 사람 사이에는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라이는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일어나 기차의 이동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한낮의 기차 안에는 세 명 중 한명이 떠나 두 사람이 이 공간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들에겐 조직의 귀가 항상 함께하니까. 

    버본과 스카치는, 일상적인 대화를 할 만큼 친분이 없다.

    스카치는 이 기차의 종착역이 차라리 모르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통이 심해졌다. 제대로 된 식사나 수면도 없이 며칠을 타깃을 기다렸다. 그런 임무를 마치고 난 후에 오는 탈력감과 목이 졸릴 것 같은 죄책감에 숨이 막혔다.

    스카치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잇새로 욕이 치밀었다. 라이가 나갔다고 해도 옷에 있는 도청기를 뗄 수는 없다. 그건 반항이고, 반항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차라리 라이가 빨리 돌아오길 바랐다. 이 숨 막히는 테이블 위의 권총을 쥐는 사람이 자신이나 친우여서는 안 될 일이니까.

    스카치는 테이블 위에 올린 오른손에 닿는 온기에 고개를 돌렸다. 레이가, 자신의 친구가 있었다. 레이는 한참 그의 손가락을 잡고 있었다. 히로미츠의 차가워진 손끝을 데우는 듯했다.

    언제 라이가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레이와 히로미츠는 서로를 들여다보았다. 더는 레이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히로미츠는 최대한 입꼬리를 올려 다정하게 웃어 보였다.

    괜찮아, 제로. 나는 괜찮아.

    그 미소에 레이는 마주 웃어 보이며 어렵게 손을 뗐다. 히로미츠도 테이블에 올려뒀던 오른손을 거둬 아래로 내렸다.

    그때 라이가 돌아오는 소리가 났고, 그는 스카치의 앞에 간단한 샌드위치와 두통약, 물을 내려놓았다.



    "이거라도 먹어라. 빈속에 먹으면 토할 테니."

    "...고마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라이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챙기기 시작했다. 둘이 페어로 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조직에서 코드네임을 받은 스나이퍼들끼리 가끔 조가 바뀌기는 했다. 하지만 페어는 보통 함께였고, 반년 이상 함께한 둘은 서로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상태였다.

    버본은 그런 둘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친한가 봐요? 둘이."

    "밤낮으로 눈과 비를 맞으면서 며칠씩 함께 지내다 보면, 서로 은밀한 곳까지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법이지."



    라이는 버본이 오해하길 바라는 듯했다. 스카치는 마른 입안에 샌드위치 한쪽을 억지로 구겨넣고 약을 삼켰다. 스카치는 생수병을 열어 마시면서 버본의 눈을 피했다. 라이는 보란 듯이 스카치가 마시고 내려놓은 병에 입을 대 나머지 물을 마셨다.

    버본은 비웃음을 걸고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몸이라도 섞은 사이처럼 말하는군요, 당신들. 언제 저도 끼워주시죠."

    "그러지. 연락할 겨를이 있다면 말이야."

    "둘 다, 닥쳐."



    스카치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는 이 감정소모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친우가 라이와 스카치의 관계를 아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이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딱히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잖느냐는 태도에 스카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표정에 라이는 고양이가 앙탈을 부리는 것이라도 보는 듯 바라보고는 다시 읽던 소설을 펼쳐 들었다. 스카치는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었다. 버본은 그제야 지친 친우의 얼굴을 몰래나마 볼 수 있었다. 

    두통 때문인지 창백한 얼굴로 식은 땀을 흘리던 스카치는 약 기운이 돌고서야 한층 편해진 얼굴이었다. 버본은 내심 놀랐다. 라이와 페어로 일한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거리낌 없이 조직원이 사준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는 건 다른 이야기다. 거기다 그 조직원이 친우에게 잘 듣는 약을 아는 건, 지금의 자신이 해줄 수 없는 영역을 옆자리의 앉은 남자가 차지한 것과 같았다.



    히로미츠는 짧은 꿈속에서 그들이 고등학교 문화제에 오르기 위해 비틀즈의 노래를 연습하던 때를 꾸었다. 걱정이라고는 무대 위에서 코드를 잘 못 짚으면 어떡하냐는 것이 전부였던 그때. 자신의 베이스에 맞춰 레이가 Yesterday의 기타를 연습하던 그 방과 후의 오후. 교실로 들어오던 석양. 흩날리던 하얀 커튼들. 서로의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스카치는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손을 붙잡았다. 라이였다. 이번엔 버본이 없었다. 라이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가리켰다.


    "슬픈 꿈이라도 꿨나?"

    "......아니. 괜찮아."

    "그래."


    그제야 스카치는 왜 버본이 자리를 비웠는지 알았다. 라이의 앞에서 스카치의 눈물을 보고도 평정심을 유지하기엔 그들은 너무 어렸다. 그나마 뭐라도 마시겠다며 기차의 자판기로 가는 것이 데면데면 해야만 하는 조직원의 눈물 앞에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카치는 라이의 앞에서 자신이 잠꼬대라도 했을까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별 말은 흘리지 않은 듯했다. 스카치는 뺨의 물기를 닦아냈다. 선글라스 속의 눈동자가 책으로 향하는 것에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히로미츠는 제로가 그리웠다.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이 그리웠다. 실수를 해도 괜찮았던 때가,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던 그때가 그리웠다. 제로도 그럴까. 그래서 의미 없어야 할 스카치의 눈물 앞에서 도망치듯 자리를 피한 걸까.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누구보다 멀었다.



    "저는 여기서 물러나죠. 그럼 다음에 뵐 수 있기를."


    기차역에서 내리고 셋은 하나와 둘이 되어 헤어졌다. 운전은 라이가 하기로 했다. 집에 가서 밥을 해주는 대가였다. 그들은 식료품점에서 당장먹을 인스턴트와 식재료들을 사 은거지로 돌아갔다.



    "라이. 그 애는 잘 돌아갔을까?"


    저녁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라이는 소파에 눕듯이 기대어 읽고 있는 척하던 추리소설에서 눈을 떼 스카치를 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이 은거지에서, 둘이 있을 때만큼은 소형 권총을 서로가 확인할 수 있는 공용 테이블 위에 두었다. 암묵적인 룰이었다.

    라이는 옷장 속에 있을 조직의 도청기에 들리지 않도록, 속삭이듯 말하는 스카치에게 맞춰주기로 했다.


    "아아. 그 정도는 문제 없어."

    "... 그래? 다행이네."


    스카치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안심한 표정이었다. 라이는 스카치의 이런 면모가 사랑스러웠다. 흔들기 쉬운 사람이었다. 라이에 대해 잔인한 소문을 들으면서도 함께 있을 때의 라이를 동일시 하지 못했다.


    라이는 버본이 다른 조직원에게 무시를 당하고도 말을 붙이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가 아는 버본은 경계심이 강하고 철두철미했으며 라이가 시험하는 모든 일상의 배려를 비웃는 자였다. 그래서 라이는 스카치와 있는 그를 시험해보려 했었다.

    버본에게 스카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불명확해 보였다. 하지만 스카치가 그를 아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토록 명백한 거부를 자신의 앞에서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다.

    스카치는 비정상으로 보여야 하는 것에 집착했다. 그래서 라이와의 관계를 한 번도 타인에게 부정하지 않았다. 굳이 남자끼리가 아니더라도, 라이에겐 공식적인 연인이 있었으니.

    그 원칙을 부수면서 버본에게 들키기 싫어하고, 그런 자신을 의심할까 라이의 눈치를 본다. 이렇게 자신에게 경고하면서도 라이의 약점이 조직에 알려질까 속삭이는 다정함이 얼마나 사랑스러울지 짐작도 못하겠지. 

    라이는 그런 그의 다정함이 좋아서, 스카치에게 이미 이 공간에 조직의 도청기는 없다는 말을 부러 전하지 않았다. 화를 낼까? 아니면, 다행이라 웃어 보일까. 그도 아니면, 라이의 의도가 뭘지 의심하며 혼란스러워할까. 라이는 스카치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충동을 종종 느꼈다.


    스카치는 불안정해 보였다. 이 조직에서 자신과 페어가 되기 전까지 무슨 일을 해온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의 공간에 침범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스카치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옆에 다가오고는 했다. 라이는 페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카치가 NOC임을 확신했다.

    라이는 살인이 난무하지 않는 세계에서 살아온 자들을 알았다. 라이가 살아온 삶과 다른 세계였다. 그들은 일상에서 총성으로 시작되는 지옥을 겪어본 적이 없고, 평화라는 것이 설탕으로 만든 유리처럼 부서지기 쉬운 것을 모르며, 타인에 대한 악의가 살인으로 이어질 것을 쉽게 매칭하지 못한다.

    그런 가치관은 살인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부서져도 잔해가 남아 이성을 무너뜨리곤 한다. 머리로는 알게 되어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괴리에 무너져간다. 

    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알면서도 타인의 목숨을 뺏는데 본능적인 거부를 느낀다. 죽음이 신의 영역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너진 사람을 흔드는 건 조금의 배려로도 충분하다. 비정상적 일상으로 무너진 사람에게 본래 살던 삶 속 조그만 배려를 보여주는 것만큼 쉽게 마음을 뺏는 일도 없다.

    라이는 그렇게 조직원들과 NOC를 손쉽게 구분해왔다. 그리고 이 스카치라는 NOC는, 자신의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다정함을 베푸는 자였다. 라이는 그의 트라우마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칼보다 총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지 추측하는 정도였다.


    언젠가 자신이 FBI의 요원인 걸 밝히면, 서로에 대한 진실을 공유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비밀을 함께 풀 수도 있을까. 아카이는 가끔, 그런 기대를 하기도 했다.

    라이는 소파에 기댄 스카치의 목덜미를 쓸었다. 스카치는 눈을 감고 그에게 모든 걸 맡기고 있었다. 아마 이 순간 그의 목을 조른다면 스카치는 반항도 없이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라이는 이 공간에 자신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스카치가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무방비하지 않길 바랐다.

    그건 이상한 독점욕이었다. 일그러진 이 기묘한 공간에서 자신만이 그의 구원이길 바랐다.

    스카치가 천천히 눈을 떠 귓가에 입을 맞추는 라이를 바라보았다. 그 푸른 눈 속에 모든 것이 있었다.


    라이는 스카치에게 입을 맞추며 생각했다. 바라건대, 그의 마음이 지금 나의 곁에서 안온하기를. 이 순간만은 그의 세계에 나만이 존재하기를.

    서로가 서로의 이름 한음절도 모르면서, 아카이는 그렇게 소망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