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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히로] 귀여운 연인
    단편 2023. 3. 6. 02:45

    세상에는 당연한 일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아침에 해가 동쪽에서 뜬다든지, 하루가 24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든지, 레이와 히로미츠는 항상 같은 반으로 배정된다든지 하는 것들. 반배정을 알리는 게시판 앞에서 레이는 한동안 말없이 종이를 노려보았다. 종이를 노려본들 현실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나는 때도 종종 있나 보다.



    “…그, 제로…. 괜찮아?”
    “히로.”
    “응…?”
    “아무래도 전산상 착오가 일어난 것 같아. 그렇지? 프린트가 잘못된 거 같아. 어떻게 너랑 내가 같은 반이 아닐 수 있지? 이건…”



    열렬한 발언에도, 히로미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사귄 지 고작해야 한 달도 안 된 둘은,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에 가장 크나큰 벽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어쨌거나 너무 담담한 표정으로 수긍하는 히로미츠를 보고 레이는 또 한 번의 충격을 받았다. 어찌 된 일인지 둘은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한 번도 다른 반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 중학교 3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후루야 레이에게 그것은 자연의 순리처럼 여겨졌다.

    돌아가는 길에 둘은 문구점에 들렀다. 자주 쓰는 펜이 떨어져 새로 사야 했던 레이 때문이었다. 대충 집어서 계산대로 가려는데 펜을 고르는 진열대 건너편에서 히로미츠가 멍하니 서 있었다. 몇 번 불러도 반응 없던 연인은 세 번째로 부르고서야 화들짝 놀라며 레이를 바라보았다.

    이런 걸로 우쭐해하는 건 유치하다는 걸 알면서도, 히로미츠도 내심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또 한편으로 좋았다. 그래도 들키고 싶진 않다. 잠깐 헛소리를 하긴 했지만, 히로미츠에겐 멋진 남자친구이고 싶었다. 반이 달라진 걸로 자주 보지 못하는데 넌 너무 괜찮아 보여서 서운했다고 고백하는 후루야 레이? 그런 건 절대 세상에 있어선 안 된다. 있어도 히로미츠만은 몰라야 한다. 절대로!



    “그래도 등하교는 같이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히로.”
    “응, 그렇네.”



    아까 전까진 히로미츠가 아무렇잖아 보여서 속상했는데 지금은 풀 죽은 채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이때의 자신은 시무룩한 히로미츠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 * *







    점심시간이 이제 둘에게는 학교 내에서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다. 같이 수업을 들으며 한 공간에 있는 것도, 쉬는 시간을 보내면서 시답잖은 잡담을 하는 것도, 둘 중 한 명이 이동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매일 당연하게 서로의 곁에 있었는데, 그 모든 게 사실은 운이 좋아서 같은 반이었기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반이 바뀌고 점심시간에 번갈아 가면서 서로의 반에서 먹을 때마다 레이는 자신이 무리에서 튀는 존재임을 몇 번이고 재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어, 후루야 옆의 ‘걔’다!”
    “안녕.”



    이름표가 왜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레이는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애들은 사실 학기 초에 늘 있는 부류였다. 히로미츠에게 무례하게도 이름이 아닌 레이의 옆자리에 있는 아이라고 지칭하는 일들. 히로미츠는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하는 아이에게도 웃으면서 인사로 답한다.

    언짢아하는 레이를 보고 조용히 손을 포개면서 인사한다. 화내지 말라는 무언의 타이름이다. 어차피 스쳐 지나갈 사람들에게 마음 쓰지 말라는 뜻인 걸 알지만 그럼에도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눈에 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히로미츠를 대신해 나서봤자 곤란해지는 건 레이가 아니다. 몇 번이고 받아주지 말라고 했지만 히로미츠는 그때마다 괜찮다며 웃으며 거절했다.  

    히로미츠의 반에서 먹을 때는 다른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우선 레이가 반의 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순간적으로 적막해지는 건 물론이고, 몇 초 지난 후 다시 대화가 이어져도 묘하게 레이를 힐끗거리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게다가 히로미츠에게 말 거는 척하면서 레이가 대답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니 밥을 편하게 먹는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레이는 학생회의 권력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목적으로 학생회실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겠지만, 최소한 사귀고 한 달도 안 된 연인과 교내에서 식사만이라도 편히 하고 싶었다. 등하교와 점심시간을 함께하는 것으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반이 다르니 가르치는 선생님이 다른 과목들이 생겼고, 그 선생님들에 따라 수업의 진도가 달랐다. 히로미츠의 반에서 배우는 페이지가 한참 앞서 있거나 레이의 반에 내 준 숙제가 다른 건 예사였다. 반을 구성하는 아이들이 다르니 반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달라진다.

    거슬리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며칠 전부터 히로미츠는 한 여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레이도 아는 사람이다. 히로미츠가 속한 밴드부의 보컬이었으니까. 오며 가며 만난 여자애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상도 아니었다. 애초에 서로 대화를 나눌 일이 없으니 어떤 사람인지 알 턱이 없다.

    하지만 히로미츠가 점심시간마다 보컬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 알기 싫어도 알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히로미츠는 그 여자애가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반에서 어떤 남자애가 왜 자신이 인기 없는지 비관하니까 “아무래도 하루에 한 번은 씻는 게 좋지?”처럼 남들이 할 수 없는 말을 하는 게 재밌다면서. 비누도 사줬다고 했다.

    게다가 하교 후에도 종종 과제를 묻는다든지 개인적인 연락도 하는 듯했다. 레이는 자신의 곁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게 맘에 들진 않았지만 반배정이 갈렸을 때 우울해했던 히로미츠를 생각하면 이 편이 나았다. 레이는 히로미츠가 웃는 지점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밝게 웃는 모습이 좋아서 말릴 수도 없었다. 나랑 있을 때 다른 사람 이야기는 하지 말아 줘, 같은 말을 하느니 혀를 깨무는 게 낫다.

    사람이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뜻이다. 레이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게 죄악인 걸 아는 남자였다. 비록 사귄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연인의 입에서 모르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도, 불만을 말할 만큼 어리석진 않다.  

    그렇게 레이는 영혼 없이 히로미츠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면서 차오르는 짜증을 억눌렀다.






    * * *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학생회 일로 바빠서 당분간 돌아갈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레이에게 히로미츠는 밴드부의 보컬과 함께 하교하기로 했으니 괜찮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그녀는 히로미츠에게 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레이가 학생회 일에 치이는 동안 어느샌가 학교에는 밴드부의 보컬과 베이스가 사귀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채육대회 관련 여러 일이 쏟아지는 바람에 점심시간에 따로 시간을 빼는 것도 어려워졌다. 당분간은 각자 먹자는 히로미츠의 말을 끝으로 둘은 교내에서 서로 얼굴을 보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아침에 일어날 때나 밤에 잠들기 전에 꼬박꼬박 서로 연락은 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수업시간에 한 공간에서라도 히로미츠를 바라보는 건 불가능했다.

    체육대회에서 밴드부의 축하공연을 보는 아이들이 히로미츠와 보컬이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이야기할 때, 당장이라도 확성기를 들고 히로미츠와 사귀는 건 자신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문제는 레이가 보기에도 둘이 퍽 잘 어울렸던 탓이다. 남자답지만 단정한 선의 히로미츠와 얌전해 보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모두를 휘어잡는 보컬의 여자아이라니.

    그래도 히로미츠와 사귀는 건 후루야 레이다.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뭘 모르는 애들이 하는 말 따위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 * *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터졌다. 체육대회가 끝나 레이와 히로미츠는 다시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그날은 히로미츠가 레이의 몫까지 반찬으로 계란말이를 싸 오기로 했다. 전날 학생회 일로 너무 고생했다면서 먹고 싶은 반찬이 있냐는 말에 두말할 것도 없이 계란말이를 말했다.

    사실 비프스튜를 먹고 싶었지만, 그런 걸 평일에 요구할 정도로 레이의 양심이 죽진 않았다. 그 말에 히로미츠는 웃으면서 주말에는 비프스튜를 해줄 테니 가까운 공원으로 놀러 가자는 약속까지 다 마친 상태였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걸 미리 챙겨주는 히로미츠에 역시 내 남자친구, 하면서 으쓱했던 어깨는 다음날 히로미츠가 도시락 통을 연 순간 와장창 깨져버렸다.



    “왜… 하나가 없어?”
    “아, **쨩이 오늘 반찬이 계란말이라고 했더니 너무 먹고 싶어 하더라고. 그래서 하나 줬어.”



    왜?라고 순간적으로 되물을 뻔했다. 그건 내 거잖아. 내가 너무 좋아해서 내 몫까지 일부러 두배로 싸 오잖아. 그런데 그걸 왜 걔한테 나눠 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이들이 밴드부의 보컬과 베이스 잘 어울리지 않냐는 말을 들었던 기억까지 떠오르니 순간적으로 억울해서 헛소리를 할 뻔했다.

    레이는 억지로 히로미츠의 형을 떠올렸다. 토토대 법학부 수석인 히로미츠의 형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전날 밤을 새워가며 사자성어를 공부했던 기억을 되새겼다. 철없는 동갑내기 남자친구로 히로미츠가 생각하는 것만은 절대 싫다.



    “그래서 다음 주 토요일에는 못 만날 것 같아, 제로. **쨩이 계란말이 레시피 가르쳐달라고 해서… 제로?”



    한계다. 더 누르기엔 무리다. 새 학기가 되어 반이 나뉘고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사실 히로미츠가 밴드부를 하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과 같이 학생회를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히로미츠가 밴드부에서 베이스를 치면서 즐거워하는 게 좋아서 참았다.

    턱없이 모자라다. 하루종일 함께 있어도 성에 찰까 말 까다. 하지만 히로미츠가 곤란해하는 게 싫어서, 투정 부리는 못난 모습 따윈 보여주기 싫어서 모든 걸 눌렀다. 히로미츠가 밴드부의 보컬 이야기를 많이 해도 사귀는 건 자신이니까 괜찮다고 자신을 타일렀다. 그런데 늘 자신의 몫이었던 계란말이도 나눠주고, 다음 주 토요일까지 시간을 할애해서 레이 대신 시간을 보낸다니,



    “싫어.”
    “?”



    히로미츠는 레이를 잠깐 쳐다보았다. 하지만 레이가 너무 조용하게 잇속으로 한 말이라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아, 맞아. **쨩이 학교 뒤뜰에서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너무 귀엽대. 사진 보여줄까?”
    “히로, 우리 사귀는 거 맞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히로미츠는 휴대폰을 꺼냈다가 자세를 멈췄다.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레이가 원한다면 답해야 했다.



    “응, 맞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히로미츠의 목소리는 당황한 기색이다.

    레이로서도 이 상황이 달갑진 않았다. 처음 서로에 대한 마음을 깨달은 시점부터 가진 불안은 하나였다. 헤어지게 된다면, 그때의 히로미츠와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히로미츠가 자신에게 호소한 것도 그 하나였다. 헤어지고 난 후 친구로서의 레이마저 잃을까 봐 무섭다고. 창백하게 질려가며 우는 히로미츠를 달래 사귀었으니, 히로미츠를 채근하는 일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히로미츠가 친구로 돌아가자고 하면, 그땐 어떤 얼굴로 히로미츠를 마주해야 할지 레이로서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결국, 결과가 이것이다.



    “그럼 주말엔 나랑 만나. 내가 먼저잖아. 내가 남자친구니까.”
    “하지만 걔가 먼저 약속을,”
    “히로. 미안한데, 솔직히 이해 못 하겠어.”
    “무슨…”
    “반이 달라져서 너랑 자주 못 만나는 게 속상한 게 나뿐인 것 같아. 넌 네 반 친구들이랑 너무 잘 지내는데, 나는 내가 모르는 네 시간들이 너무 늘어서 그래도 노력하고 싶은데, 너는 전혀 아닌 거 같아. 내가 잘못 알고 있어?”
    “…….”



    화내려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말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화내는 것처럼 들렸다. 어조를 다듬으려고 했지만 그보다 말이 나오는 것이 빨랐다.

    어쩔 수 없었다. 레이에게도 이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어른스럽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른스러운 게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너무 막막했다. 이게 아닌 건 알 수 있다. 이렇게 퍼붓듯이 말을 할 일은 아니다. 잘해줘야 하는데, 머릿속은 이미 포화상태다.

    고작해야 반 하나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늘 자신의 곁에서 지탱해 주는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지쳤고, 히로미츠는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모두와 잘 지내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유쾌하지 않았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자신이었다. 이렇게까지 질투가 심한 사람이었는지 레이는 새 학기가 시작되고서 처음 깨달았다. 당연했다. 이제까지 그에게 불안이나 질투를 느끼게 할 정도로 좋아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심지어 그 정도로 좋아한 사람이 히로미츠인데, 히로미츠는 레이와 알고 지낸 후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굳이 서로가 없는 시간을 생각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히로미츠의 옆자리는 당연히 후루야 레이의 것이니까. 그것 외에 무슨 이유가 있단 말인가.

    멋있는 남자친구는 무슨. 남자친구로만 있어도 다행이다. 그래도 히로미츠가 그 **쨩인지 누군지랑 요리수업을 보내는 것만은 절대 싫었다. 숨도 쉬지 않고 말한 후 레이는 히로미츠의 침묵이 지나치게 길어짐을 깨달았다. 시선을 슬쩍 맞추니 히로미츠가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귀까지 새빨개진 레이를 보며 히로미츠는 한참을 웃었다.



    “걔 좋아하는 애 있어, 제로.”
    “뭐?”
    “그 애 이상형이 요리 잘하는 애라고 해서 도와주려고 했던 건데.”
    “…….”
    “네가 싫으면 관둘게. 내 남자친구는 제로니까.”



    히로미츠의 웃음기 가득한 눈매에 레이는 다시 한번 왜 사람에게 귀가 두 개이고 입은 하나인지 떠올렸다. 망했다. 뭐가 되든 망했다. 최소한 이런 형태로 망하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어찌 됐건 가장 원하지 않는 형태로 망한 건 맞았다.



    “그리고 우리 사귀는 거 걔도 알아, 제로.”
    “뭐?!????”
    “얼굴에 너무 티 나서 바로 알아봤대.”



    청천벽력이다. 잘 마주치지도 않는 여자애가 알아볼 정도로 티가 났다면 다른 애들은 어땠을지 모른다. 얼굴을 더듬거리는 레이를 보며 히로미츠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제로 말고 내가. 내 표정이 너무 티 났대.”
    “아, 그…렇구나.”



    그제야 깨닫는다. 히로미츠가 항상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복도에서 자신을 만날 때마다 어떤 목소리로 불렀는지. 너무 간단한 답이었다. 그럼에도 헷갈려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을 바라보는 히로미츠의 눈은 언제고 항상 같았다는 것까지도.



    “나도 많이 좋아해, 제로.”



    아무래도 자신은 생각보다 더 히로미츠에게 사랑받고 있는 듯하다. 새삼스런 사실을 깨닫는다. 이때만은 같은 반이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저런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연인을 어떤 표정으로 마주해야 할지, 그것만은 레이에게도 아직 어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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